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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판화의 재발견展
2022. 4. 27 ~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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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의 판화
박수근은 순수 판화가가 아니었다. 박수근 판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모든 작품세계,
이를테면 유화·수채화·드로잉·삽〮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세계에 대한 공통점을 전반적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박수근 특유의 거칠거칠한 마티에르는 그의 작품세계에 전반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특히 석물을 프로타쥬 하거나 탁본하는 등의 시도는 독자적인 회화양식을 구축하기 위한 실험의 장이었다.
박수근의 판화는 일종의 모노프린트다.
1950년대 중반 당시만해도 이미지를 유추해 내기 위해 사용했던 판의 재료가 다양화되지 못했고 인쇄도구 역시 전문화 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유족에 의하면 박수근이 목판화에 사용한 판재의 대부분은 포장박스 나무판, 건축재, 가구재 등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판재였다고 한다.
그조차 귀하여 한판에 앞뒤로 판각을 하거나 한 면에 여러 작품을 동시에 새기기도 하였다.
찍는 방법도 수건을 말아서 누르거나 방석을 덮고 손과 발로 눌러서 찍었다고 한다. 박수근은 같은 원판이라도 찍어낼 당시의 목적과 상황에 따라 물감, 종이,
누름의 표현기법에 각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1958년 제 1회 한국판화창립협회에 출품한 <노인과 여인>작품은 수성 물감을 사용하여 견고하게
독립된 작품으로 표현하였고 지인에게 보내는 연하장, 책의 삽화 면에 사용했던 판화는 원판의 크기조차 천차만별이다.
그는 물감의 농도조절과 누름의 강도에 의해 찍혀져 나오는 판화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키고 있다.
박수근은 목판화 외에도 리놀륨 판화, 은화지 판화, 프로타쥬, 탁본 등을 제작했다. 다양하게 확장된 판화의 양식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겹겹의 창과 층 사이가 만들어 내는 거친 질감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한 흔적이다.
박수근 판화의 특성은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의 이미지와 질감이다.
결코 화면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소박한 일상의 고단함과 수고스러움은 그의 내면에 자리한 기억의 편린들이다.
이렇듯 유화와 드로잉, 수채화, 삽화 등에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일상의 소재들은 판화에서조차 일관되게 보여지고 있다.

